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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1-14 14: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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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 어렵던 시절에 만나 서로의 손을 맞잡고 조촐하게 치렀던 결혼은 그저 꿈인 듯 희미하다. 기억해보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쉬움 가득한 결혼식의 풍경이다. 

그 옛날 누구보다 젊고 당당하던 6.25 참전용사들이 세월 지나 2015년 늦가을 한자리에 모였다. 꿈으로만 남겼던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서. 6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새신랑과 새신부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드레스를 입어보고 머리와 얼굴을 단장하고 떨리는 웨딩 촬영을 기다렸다. 

국가보훈처가 주최하고 나우웨드가 후원하는 ‘6.25 참전용사 결혼사진 촬영’에는 노부부 13쌍이 함께했다. 예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결혼사진이 없는 노부부들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이다. 나우웨드 김인수 대표는 3년 전부터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살뜰히 챙기며 함께 했다. 

김 대표는 뜻깊은 선행을 이어온 데 대해 “그동안 쌓아온 웨딩 경험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하는데 쓰였으면 해서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다”며 “지금의 좋은 세상과 젊은 세대가 있게 해 준 어르신들께 소중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작은 조약돌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파장을 일으키듯, 저의 작은 노력이 큰 감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전엔 생각지 못하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경험도 있었다고 한다. 한창 촬영을 하는 중에 가장 고령의 할아버님이 곱게 단장한 김에 영정 사진도 찍어줄 수 있냐고 묻자 이내 현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는 “전쟁터에 기꺼이 자신을 던져 나라를 지켜온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려 한다. 세상의 발전과 함께 점점 잊혀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 결혼사진이 없어 평생을 숙제처럼 가슴에 안고 있던 분들의 꿈을 이루어 주어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영분 할머님(83)은 “나는 내 생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을 날이 올 줄 몰랐어. 옛날엔 그냥 부모님이 짝지어 준 대로 눈감고 살았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족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는 요즘,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60년을 해로한 노부부들에게서 세상 무엇보다 끈끈한 사랑의 힘이 느껴진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서로 마주 보고 수줍어하는 모습은 여느 신혼부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여러 커플이 한번에 촬영하느라 오래 기다려 지칠 만도 하지만 왠지 피곤하지 않다. 웨딩촬영에 이은 결혼식은 11월 10일 국가보훈처 뮤지엄웨딩홀에서 합동결혼으로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속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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